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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꿈보다 열정

꿈보다 열정
  • 저자강인식
  • 출판사문학동네
  • 출판년2013-03-27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3-12-30)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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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 이루기 위해

    당신은 무얼 하고 있습니까?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 꿈은 행동이다

    “소중한 것을 희생하고 자신을 온전히 세상에 내던지는 용기가 필요했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쉰여덟 살 퀴즈 영웅 임성모 │ 꿈에 미쳐라

    “마치 중독된 것처럼 공부에 몰입했다. 젊은 시절 탐닉했던 바둑 노름처럼 빠져들었다.

    아니 노름 이상이었다. 노름 뒤엔 허무와 자기학대가 뒤따랐지만, 퀴즈 공부 뒤엔

    충만함과 자존감이 생겨났다.”



    인디계의 ‘이본좌’ 가수 이장혁 │ 꿈에 집중하라

    “예술이란 수많은 취향에 등을 돌리는 것이며, 그리하여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을 언젠가는 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외국인 출신 1호 국회의원 자스민 │ 꿈으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누구나 꿈을 꾸잖아요. 하지만 꿈에 다가가는 사람은 별로 없죠. 이루는 사람들은

    견디는 사람인 거예요. 견딤은 꿈으로 가는 디딤돌 같아요.

    잘 견뎌내면 단단해지는 거죠..”



    꿈은 목표이자 꿈을 이루기 위한 밑천이다!




    대한민국의 무수히 많은 멘토들이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꿈을 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꿈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먼저 꿈부터 써보라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구체화시켜 보라고 말한다. 아주 작은 꿈조차 꿀 수 없다고 느끼는 이들은, 그리고 점점 더 척박해지는 대한민국에서 그 이야기만으로도 희망을 가질 수 있고, 그 희망으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싶고,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찾고 결정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일은 아닐 터이다. 또한 꿈은 20대 청춘들만이 꾸는 것도 아니고, 꿈이란 것이 항상 거창한 무엇이 아닐 수도 있고, 한 번 가진 꿈을 평생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며, 꿈을 이루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좌절하고 물러서는 일이 더 많을 것이고, 자신의 꿈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남의 꿈을 빌려오거나 욕망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기에 꿈은 20대이든 30대이든 혹은 50대이든 언제나 새롭게 가질 수 있는 것이며, 진정 자신이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라 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꿈의 실현을 위한 조건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러니 그 꿈에 대한 열정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의 꿈에 집중하고 미친다는 것은, 실상은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그 열정이 더 빛나고, 그 꿈을 이뤘을 때 그 사람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사회부 기자로(현재는 정치부)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온 저자 강인식이 그들의 꿈보다 그 꿈을 향한 열정이 더 빛나는, 네 사람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첫 번째 인물은 직함이 ‘한국홍보전문가’인 사나이다.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낸 사람으로 잘 알려진 사람, 서경덕. 그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알려진 사람, 서경덕. 하지만 그의 성공 스토리 뒤에 숨어 있는 고군분투의 시간들을 과연 사람들은 어느 정도나 알고 있을까? 서경덕 이전엔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려 했기에 맨땅에 헤딩하듯 온몸으로 부딪혀 길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그가 낸 무수히 많은 기획서들이 한 번도 읽혀지지 않은 채 곧장 휴지통에 버려지고도 했었고, 외국 언론과 광고판에 독도와 위안부, 한국홍보 관련 광고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밥값까지 아껴 광고비를 만들었으며, 그렇게 몇 개월 동안 몸을 혹사하며 첫 번째 독도 광고를 준비하다 흘리기 시작한 코피를 지혈이 안 돼 밤새 쏟기도 하고, 스물여섯 늦은 나이에 입대한 뒤 매일 스크랩한 신문을 1년 넘게 근무하던 방송실 천장에 몰래 차곡차곡 쌓아놓으며 자신의 꿈을 위한 준비를 멈추지 않았던, 행동하는, 움직이는 서경덕이 그 성공 뒤에 숨어있다.



    신문 스크랩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한 건 독서였다. 졸병 땐 내놓고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이 생기면 먼저 10~20쪽 분량으로 뜯어내 분책했다. 챕터별로 나누기도 했다. 그걸 군복 건빵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었다. 졸병 때는 화장실에서 주로 읽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경덕만의 독서 습관을 만들었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공부하고 그것을 지식으로 쌓아가는 연습을 군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

    상의 오른쪽 주머니에도 수첩이 하나 들어 있었다. 아이디어를 적은 것이었다. 군대에서도 신문이나 책을 보면서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때그때 적어두었다. 그것은 제대 후 ‘한국 홍보’를 위한 다양한 활동에 쓰일 것들이었다. 군복의 모든 주머니에서 될성부른 떡잎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 조금씩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키워주는 느낌이었다.

    실은 그런 태도가 더 중요하다. 높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수도원 같은 생활이 필요한지 모른다. (…)

    깊은 산속에 은둔하는 위대한 스승을 찾아가, 진득함만으로 스승의 마음을 움직인다. 밥 짓는 것부터 시작해 온갖 굴욕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세상이 그를 완전히 잊을 때까지 산속 깊은 곳에서 무예를 갈고 닦고 내공을 쌓아올려 최고수의 반열에 오르는 전설적 무림 고수의 이야기는 이 세상 모든 고수의 공통된 일화가 아닐까.

    누구나 지금보다 나은 자신을 꿈꾼다. 미래의 자신이 지금 수준에 머물러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다. 그런 젊은이는 없다. 어떤 젊은이도 퇴보를 꿈꾸지 않는다.

    인간의 삶에도 관성과 같은 물리법칙은 적용된다. 자신이 지금껏 밟아온 삶의 궤적을 넘어서기 위해, 그래서 더 발전된 삶의 궤적을 그리기 위해서는 관성을 넘어서는 강한 힘이 필요하다. 습관을 끊어버리는 결단력과 새로운 행동을 지속함으로써 새로운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힘. 그리고 외부의 간섭과 잡음에 흔들리지 않는 묵직한 질량까지. _본문 47~51쪽



    ‘서경덕의 과거’는 다양한 성공 스토리로 꽉 차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유쾌 상쾌 통쾌한 분위기에 젖어 있다보면, ‘낮은 포복’으로 기고 또 긴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건너뛰게 된다. 얼마나 많은 그의 기획서가 휴지통에 버려졌는지 모른다. 거절 당해본 사람은 안다. 거절한 이에게 또다시 들고 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맨땅에 헤딩 한번 세게 하면 되지.”

    평소에도 장난기로 가득한 경덕의 말투 탓에 더욱 장난스럽게 들리는 이 말을 심각하게 생각해봤다. 맨땅에 헤딩. 그거 한 번은 ‘세게’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통증이 반복적으로 학습된다면, 그래서 헤딩이 고통스럽다는 걸 몸이 기억한다면, 계속 ‘세게’ 할 수 있을까. 맨땅을 흥건히 적시게 될 피와 땀을 황홀한 자긍심으로 계속 바라볼 수 있을까. 맨땅만 봐도 움찔하지 않을까.

    말은 장난스러울지 모르겠으나 헤딩에 임하는 태도는 말할 수 없이 비장할 것이다. ‘꿈을 이루는 것이 행동’이라는 쉬운 명제 뒤에 숨어 있는 것이 ‘비장함’이라는 걸 알게 도었을 때, 그의 쉬운 말을 더 이상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졌다. _본문 74~75쪽



    두 번째 인물은 쉰여덟의 나이로 퀴즈 영웅이 된 임성모. 2010년 7월 4일, KBS <퀴즈 대한민국>에서 44대 영웅에 오른 사람. 경희대 한의예과에 재학중인 대학생과 현직 엔지니어와 행정부처 사무관을 제치고 영웅의 자리에 오른 중졸 트럭 기사의 이야기는 곧바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모두들 퀴즈 영웅이라는 화려함에 그의 중졸 학력과 트럭 기사 출신이라는 소박한 이력을 대비시키는 데에 주력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진짜 그는 퀴즈에 왜 도전했을까?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과 연좌제로 인한 숱한 좌절 속에서 모든 희망을 버리고 ‘노력’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린 채, 돈놀이와 놀음에 빠져 젊은 시절을 말아먹은 그가, 왜, 쉰 살이 넘어 다시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쉰둘의 열쇠 수리공이 거짓말처럼 퀴즈 영웅에 등극했다.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이 없는 수리공은 퀴즈왕이 되고 싶어서 17년을 홀로 공부했다고 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몸 전체가 떨렸다.

    그때 성모씨의 나이가 쉰하나였다. 퀴즈왕 열쇠 수리공은 성모씨보다 한 살 많았다, 갑자기 미친 듯이 부끄러웠다.

    ‘남 탓만 해왔다. 연좌제가 없어졌을 때, 내 나이 삼십 대 초반이었다. 뭘 해도 할 수 있는 나이였다. 그런데 그냥 날 놔버렸다. 그러고는 연좌제 탓만 했다. 나이 쉰이 넘어 전세 3,0000만 원짜리 11평에 살고 있는 나는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인가.’

    살아오면서 이토록 부끄러운 적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렇게 마음먹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나도 한번 해보자.’

    성모씨는 늘 가슴 속에 ‘진검승부’라는 말을 넣고 있었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성모씨는 단 한 번도 진검승부를 해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늘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열쇠 수리공을 보고 깨달았다.

    ‘저걸로 진검승부를 할 수 있겠구나.’

    젊은 날의 아픔을 퀴즈 영웅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가슴속에 있던 한도 모두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확신이 들었다. 성모씨는 한 번도 이뤄보지 못했지만, 그런 확신이 꿈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담배를 끊었다. 열여덟 살 입대 이후 35년을 피워온 담배였다. _본문 117~118쪽



    퀴즈 영웅이라는 목표가 생기고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임성모는 오직 그 하나에 미치기 시작했다. 6년 동안 그의 모든 삶을 ‘퀴즈’에 맞춰 놓고 퀴즈 영웅이라는 한 지점만을 향한 직선 같은 삶을 살아 마침내 퀴즈 영웅에 오른 것이다.



    “퀴즈 영웅이 되고 나서 나도 모르던 나 자신을 발견했어. 내가 뭔가 해낼 수 있을까 늘 반신반의했지. 그런데 목표를 이루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한 거야. 조금 늦었지만, 사실 많이 늦었지. 많이 늦었지만 해낸 거야. 그래서 그 꿈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밑천이 된 거야. 이제 그걸 바탕으로 왕중왕에도 올라야 하고 우리말 달인도 되어야 해. 그리고 자격증에도 도전할 거야. 인생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자격증 말야. 목표치를 높게 잡아야겠지. 그래서 감정평가사로 잡았어. 이거 되면 정말 여생을 떵떵거리고 살 텐데. 하하. 웃기지? 하지만 내가 처음 퀴즈 영웅에 도전한다고 할 때도 사람들은 다 웃기다고 했으니까. 괜찮아. 목표가 있고 그걸 향해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다보면 언젠가 되더라고. 가까이 가 있더라고. 절대 서두르면 안 돼. 그냥 가다보면 언젠가 되더라고.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 오래 걸리지도 않아.”_본문 171쪽



    꿈에 미쳐서 그 꿈을 이루자 그 꿈이 다시 밑천이 되어 새로운 꿈이 생겼다는 임성모. 꿈은 그 화려함으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향해 멋진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꿈이 계속 진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더 멋진 것은 아닐까.



    그리고 또 한 사람.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자신의 재능을 통해 열린 꿈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꿈이 곧 자신의 삶이 될 수 있도록 다그치며 살고 있는, 인디가수 이장혁. 2004년 발표한 첫 솔로 앨범이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뽑히기도 했고, 2000년대 최고 음반 중 하나로 평가받을 정도의 놀라운 성취를 이뤄냈으며, 팬들로부터 얻은 인디계의 ‘이본좌’라는 애칭도 가진 이장혁. 하지만 그는 대중적인 스타는 아니다.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그와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마이너리티다. 여전히 척박한 인디의 토양 속에서 음악성을 인정받은 그가 선택한 길은, 여느 인디가수와는 다르다. 영등포역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를 하면서 20대 험난한 방황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처음 시작했던 밴드음악을 버리면서, 급성 A형 간염에 걸려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고통을 겪으면서, 정부 지원의 실업자 교육을 받고 책 디자인 작업과 신문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어쩌면 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길로,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길로 가기를 거부한 채, 자신의 음악에 대한 태도를 버리거나 타협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기대로부터 등을 돌린 것이다.

    장혁은 이루고자 하는 자신의 꿈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다. 노래 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지속적으로 사는 것. 그것이 장혁의 단순하고 선명한 꿈이다. 장혁은 자신의 재능을 저버리는 것은 죄라고 여긴다.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재능은 보잘것없는 자신에게 남겨진 극소량의 희망이며, 그것을 높이 사지 않으면 살 이유가 없다고, 장혁은 말한다. 그로 인해 장혁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채찍질 할 수 있었다. _본문 183쪽



    누구나 젊은 시절 어정쩡한 순간을 맞이한다. 어떤 식으로 그 어정쩡한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건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작은 성공을 이루더라도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성취의 지점에선 수많은 개별적 기대가 자라난다. 꿈을 지켜가기 위한 진짜 싸움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지 모른다. 수많은 취향과 기대에 맞서, 지금까지 음악을 해온 기간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음악을 구축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장혁은 그와 생각이 다른 영등이 형의 배신감까지도 덮어버릴 수 있는 감동적인 음악을 오랫동안 지속시켜야 한다. 그것이 결국 그의 꿈이다. _본문 246~247쪽



    일차적 목표인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룬 뒤, 그리고 그 재능과 역량과 성취까지도 인정받으면 그 꿈은 성취된 것으로 그 길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기대에 등을 돌리고 자신의 음악을 지키기 위해 더 진지하게 더 투철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 더 어려운 싸움을 혼자서 고독하게 계속 해 나가야 한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모르고 있던 꿈의 후반부 2막의 내용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 그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살게 된 필리핀 며느리 자스민. 그는 <주부가요열창>을 통해 방송활동을 시작하고 <러브 인 아시아>에 고정패널로 출연했으며 영화 <의형제>와 <완득이> 출연하는 등 다재다능한 끼를 가지고 있는 사람. 지금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외국인 출신 1호 국회의원이 된 사람. 필리핀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명문 사립대의 생물학과를 다니며 의사 코스를 밟았고 필리핀 지역 미인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던 자스민. 열아홉 살에 첫 아이를 낳고 시부모님과 아이들까지 삼대가 함께한 가정을 꾸려 살아온 이주여성 자스민. 필리핀에서의 학업도 포기하고 17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자신도 아들도 딸도 완전한 한국인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배우와 정치인의 꿈을 꾸고 이뤄낸 자스민. 낯선 한국땅에서 살아가면서 이주여성에게 쏟아지는 차별적인 시선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의 꿈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너무 일찍 찾아온 남편과의 사별이라는 고통에도 주저앉지 않고 그 꿈을 버리지 않고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스민.



    자스민이 시집와 산 16년은 동남아 출신 이주여성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농촌에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하고(90년대 중반), 그 현수막이 ‘도망간 며느리 찾아드립니다’라는 내용으로 바뀌고(2000년 전후), 혼혈 대신 다문화 가정이란 말이 생기고(2003년), 다문화 2세가 시골 초등학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현재진행형) 과정을 자스민은 빠짐없이 목격해왔고 경험해왔다.

    자스민 농촌 총각에게 시집온 전형적인 이주여성이든 아니든, 자스민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은 늘 한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자스민의 16년 한국 생활에는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그녀는 2020년이면 열 가구 중 한 가구는 다문화 가정이 될 대한민국의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_본문 275~276쪽



    “누구나 꿈을 꾸잖아요. 하지만 꿈에 다가가는 사람은 별로 없죠. 이루는 사람들은 견뎌내는 사람인 거예요. 견딤은 꿈으로 가는 디딤돌 같아요. 잘 견뎌내면 단단해지는 거죠.” (…)

    이런 이야기들로 자스민이 ‘어떻게 슬픔을 극복하고 세상에 나왔는가’를 모두 설명할 순 없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자스민은 엄청난 회복력을 보였다. 탄력이 좋은 고무공처럼 밑바닥을 치고 무섭게 튀어 올랐다. 대견하다는 말보다 독하다는 af이 어울릴 법한 빠른 회복. 하지만 난 자스민이 독하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사각턱의 남자, 기억나세요? 슈퍼맨…… 사각 우리 남편…… 끝까지 슈퍼맨이었죠? 와…… 정말 대단해. 승연이는 아빠의 마지막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우리 딸이 자신을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아빠의 마지막을 슈퍼맨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나, 그이의 마지막처럼 살고 싶어졌어요. 힘낼 거예요.”_본문 339쪽



    꿈을 향해,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길에는 분명 언제나 좌절도 있고 고통도 있을 것이다. 꿈은 쉽게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꾸는 것도 아니고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꾸는 것은 실제로는 꿈이 아니라 다른 말로 정의해야 할 다른 성질의 것일 것이다. 좌초의 순간에 어떤 사람은 넘어져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전진을 계속 할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시 일어나야만 한다.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그 고통이 금방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결국은 견뎌내고, 결국은 도망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서경덕과 임성모, 이장혁, 자스민. 이 네 사람의 빛나는 꿈이, 그리고 그보다 더 빛나는 열정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도전뿐만 아니라 꿈을 향해 진검승부를 하고 있는 독자들의 도전을 위한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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