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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 저자이철
  • 출판사알마
  • 출판년2012-10-02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1-03)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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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은 창대한 지식의 나라였다

    실학자들이 바라본 삼라만상의 세계와 당대의 개혁사상과 열정

    경학의 시대를 넘어 실학의 시대로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들이 선택한 학문의 주제는 ‘경학經學’이었다. 성리학이라는 프리즘으로 고전을 거슬러 올라가 사서오경을 파고 또 팠다. 조금 더 박람강기博覽强記한다는 이들은 《사기》와 같은 중국 고대 역사서나 《노자》《장자》 등 제자백가류 서적을 가까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자들의 학문 세계는 경학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 격인 《지봉유설》은 그렇게 협소하게 갇힌 지식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한 책이다. 단지 성현의 말씀뿐만이 아니라 우주와 자연, 세계 지리, 사회 풍속, 천주학, 서양 문물, 언어, 기담, 음식 문화 등 갖가지 주제들을 풍성하게 다뤘다. 당시로서는 방대한 340여 종의 책을 인용해 총 33개의 부部, 184개의 세부 항목, 3,405조목으로 이전까지의 지식 개념 안에서는 수용되지 않던 생생한 지식과 정보들을 ‘유설類說’이라는 나름의 독특한 형식으로 담았다. 유설이란 광범위한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편찬자 자신의 ‘의견[說]’을 덧붙인 책을 말한다.

    이 책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는 《지봉유설》을 위시해 《성호사설》과 〈앙엽기〉 등 다른 유설들에 실린 내용 가운데 현재의 삶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소재만을 골라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책이다. 모두 다섯 부의 구성으로 1부에서는 음양론에 근거한 조선 자연과학의 정신과 지리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을 담았다. 2부에서는 생생한 조선 사회의 풍경을, 3부에서는 한국사 이면의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4부에서는 서학의 충격을 비롯해 각종 학적 논쟁과 단어·속언의 유래 등이 실렸으며, 5부에서는 음식과 식재료의 유래, 음식 문화 등을 살펴봤다. 임진전쟁과 정묘전쟁의 소용돌이, 그리고 서서히 밀려오는 서학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학문과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일군의 실학자들이 생겨났다. 《지봉유설》을 씨줄로, 《성호사설》을 날줄로 삼아 그들이 바라본 삼라만상의 세계와 당대의 개혁사상과 열정을 살펴본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조선 사회의 풍경



    이수광의 《지봉유설》을 비롯해 이익의 《성호사설》과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에는 당시 조선 사회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생생한 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는 사실을 중요시하는 실학의 학문 태도에서 비롯된 특징일 것이다. 당시 경학자의 눈에는 하찮아 보였을 ‘잡설’들까지 이들 실학자들은 관심을 가지고 기록으로 남겼다.

    이를테면 과거 시험장의 풍경이 그렇다. 보통 생각하기에 유생들이 정연하게 앉아 엄숙히 시험을 치르는 광경을 떠올리겠지만, 이수광과 이익이 묘사하는 풍경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답안을 스스로 작성하는 사람은 몇 사람 되지도 않고 시험장 안이 모두 남의 것을 베껴서 제출”하거나(134쪽), “과거 응시자를 대신하여 글을 베껴 쓰고 있”는 대리 시험자도 수두룩했다(136쪽). 심지어 “시험장에 들어가서도 트집을 잡고 다툼을 일으켜 이따금 시험 감독관을 때리며 못하는 짓이 없”었다고 하니(137쪽), 그 모습이 요란하기 그지없었다.

    조선시대의 담배 문화도 요즘의 상식과는 많이 달랐다. 이익은 “상하노소를 막론하고 해가 지고 날이 저물도록 담배 구하기에 급급하다”고 현실을 개탄했는데(109쪽), 이때 ‘소少’인들의 연령이 무척 낮았다. 요즘으로 치면 초등학교 3학년 정도에 해당하는 열 살 정도의 아이들이 아버지와 맞담배를 피는 경우가 흔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어른이 담배를 피우려 하시거든 반드시 담배를 담뱃대에 담아서 불을 붙여드리는 것”이 예절로 생각되었는데(106쪽),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일찍부터 담배를 배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불을 붙이려면 담뱃대를 물고 빨아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지식인 사회에서 큰 화제를 몰고 왔던 서양 문물에 대한 글도 여럿 있다. 그중에서 조선인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건 서양의 지도였다. 이수광은 마테오 리치가 만든 〈곤여만국전도〉를 보고 나서 말하길 “매우 정교하게 만들었는데 서역은 특히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었으며, 중국의 지방과 우리나라의 팔도는 물론 일본의 육십주까지 지리의 멀고 가까움과 크고 작음이 모두 섬세하여 빠진 것이 없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61쪽). 투시원근법으로 그려진 서양화도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익은 “요즘 연경에 사신으로 갔다 온 자들은 대부분 서양화를 사다가 대청 위에 걸어놓는다”라며 당시의 유행을 전하고 “궁궐 지붕의 네 귀퉁이와 궁궐을 둘러싼 담벼락이 모두 실제 모습 그대로 우뚝하게 솟아 있음을 알 수 있다”라며 서양화의 입체감에 감탄했다(298쪽).





    세상을 바꾸려한 실학의 고증 정신



    이수광이 살던 당시 명나라에는 유럽에서 온 서양인 선교사들이 다수 활약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이 없었다면 조선의 실학도 태동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서학이 청나라의 고증학을 낳았고, 고증학의 영향을 받아 실학사상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학문 태도는 실학에도 이어졌다. 실학자들은 직접 자료를 대보고 이치를 따져가며 나름의 진리를 구축하고자 했다. 실학의 선구자 격이었던 《지봉유설》과 《성호사설》의 각 조목에도 이러한 정신이 깊게 배어 있다.

    심지어 이익은 주자의 견해에도 의구심을 표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한다. 가령 주자는 “무지개는 형체가 있어 물도 마시고 술도 마실 수 있다. 이것으로 보아 반드시 창자도 있을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이익은 무지개가 생기는 과학적 이치에 근거해 “무지개가 물을 마신다고 하는 것은 한때의 재이일 뿐이지 어찌 자리를 정하여 놓고 물이 없어질 때까지 마실 수 있겠는가?”라고 하며 주자의 견해를 비판한다(32쪽). 이는 성리학이 온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권력을 위한 도구가 되어버린 성리학은 새롭게 변화하는 세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새로운 정신을 흡수한 실학자들은 성리학이 완고하게 규정한 틀을 깨고 새로운 지식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다. 유설, 즉 조선의 백과사전은 바로 그러한 열망을 대변하는 결과물이다. 유설의 편찬자들은 사방에서 새로운 주제와 소재, 설들을 모아 새 세상을 감당하려 했던 것이다. 이 책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는 그러한 감동적인 노력의 일단을 엿보고자 한 소중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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