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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덧니가 보고 싶어

덧니가 보고 싶어
  • 저자정세랑
  • 출판사난다
  • 출판년2012-05-14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1-03)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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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고 탄산(炭酸), 고 탄성(彈性) 소설가를 우리는 기다려왔다!



    뚜렷한 성장의 경로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장르 문학계에서, 정세랑의 엄청난 성장 속도는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신기함보다도, 샬레를 깨고 나올 듯 우글부글한 세포 분열을 지켜볼 때의 두려움이 앞선다면 과장일까. 2010년에 『판타스틱』으로 데뷔한 이십대 작가인데, 장르 작가를 손꼽을 때마다 불쑥 이름이 보인다. 잊기 쉽지 않은 이름이기도 하다. 필명 같지만 본명이란다. 어쨌거나 팬들은 정세랑을 SF 작가로, 판타지 작가로, 팩션 작가로, 호러 작가로, 스릴러 작가로 각자의 입맛대로 분류해놓았다. 그에 대해 정세랑이 해명을 하지 않았으므로, 우리도 이 정체불명의 혼종(混種)이 대체 무엇인지 규명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작품을 발표하는 지면조차 장르 문학 지면을 한참 벗어나 콘템포러리 아트 잡지에, 남성 잡지까지 게릴라마냥 추적이 불가능했다. 장르 문학의 희미한 경계를, 누군가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하는 경계를 들락날락하더니 바늘처럼 여기저기를 꿰고 접붙인다. 뭐가 되긴 될 것 같은데 그 뭐가 뭐인지 아무도 한마디로 짚어내지 못했다.

    드디어 첫 책이자 첫 장편소설이 나왔다. 이제야 좀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하다. 오호라, 뿔도 달리고 꼬리도 달렸구나. 무시무시하면서 발랄한, 독이 든 탄산음료 같은 그녀가 똑바로 보인다. 이제껏 없었던 탄성이 다음 무브를 예측할 수 없게 한다.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의 소설선 tam, ‘난다의 탐나는 이야기’의 문을 정세랑이 연다. 시리즈의 맨 앞에 선다면, 이유가 있는 거다.





    소녀 로봇이 나오고, 용이 나오지만 이것은 다시없을 연애소설



    소녀 로봇과 용만이 아니다. 17세기 조선이며 툰드라며 우주 크루즈며 난리도 아니다. 정세랑은 첫 장편소설에 아홉 편의 삽입 소설을 넣어 총천연 컬러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게 틀림없다. 주인공 커플 재화와 용기의 이야기도 매력적이지만, 사이사이 들어간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꺼번에 아홉 개의 막대 사탕을 물었다 뺐다 하는 느낌이 든다. 여기 다른 차원으로 가는 소제목들을 살짝 공개한다.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시공의 용과 열다섯 연인들_ 처녀 공물을 요구한 용과의 예측 불가능한 협상.

    늑대 숲에 팔을 두고 왔어_ 뼈나무에 풍장을 하는 늑대족의 숲에서.

    해피 마릴린_ 마릴린 먼로를 닮은 정서불안 소녀 로봇의 업그레이드 거부 투쟁.

    러브 오브 툰드라_ 얼음에 갇힌 여왕과 세 연인들.

    닭 발은 창가에_「달 밝은 창가에」가 아니라,「닭 발은 창가에」가 된 시조에 대하여.

    물고기 왕자의 전설_ 물고기를 먹지 않는 소년과 낙타를 먹는 소녀의 오아시스.

    항해사, 선장이 되다_ 어느 날 갑자기 워프를 못하게 된다면 우주 여행은?

    나랑 시합을 할래?_ 결혼을 금지당한 공주가 하는 위험한 시합과 더 위험한 구혼자.

    양치기를 사랑한 알파카 양_ 하지만 양치기에는 사랑하는 아가씨가 있는데……



    세계를 접었다 폈다 불가사리를 만들었다 하는 재주는 분명 역사를 전공한 이력에서 나온 힘이렷다. 추천의 글을 쓴 김탁환은 이를 두고 “약간 엉뚱하고 많이 낯설”지만 “다른 각도 다른 빛깔”의 “비장의 무기”라며 젊은 작가의 앞길을 축복했고, 배명훈은 이 이야기들을 “괴성이 튀어나오”지만 “석류 같은 이야기”라고 짚어냈다. 한 알 한 알 완성되어 있다, 붉고 시고 달고 투명하고 단단하다, 흔하지 않다, 오래 맛볼 수 있다, 정말 석류다.





    용기 있는 자가 재화를 얻는다



    장르 소설가인 재화가 소설에서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만 옛 남자친구인 용기를 닮은 인물을 죽이게 되고, 그 죽음의 순간이 용기의 피부에 문신처럼 글씨로 나타난다는 게 내용의 큰 줄기다. 용기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씨들이 어디서 오는지 알지 못하고, 작품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까지 두 사람은 아슬아슬 어긋난다. 두 사람의 친구인 선이나 용기의 현재 여자친구인 경단 아가씨, 소신 있는 편집자 조 선배처럼 유니크한 캐릭터들의 대사도 입안에서 속살 짙은 열매처럼 터진다.



    “그래도 걔가 새 여자친구 데리고 오면 좀 짜증은 나겠다. 어리다며?”

    “새파랗게 어려. 근데 어린 년이 보통이 아니야.”

    “경단 같아?”

    “응?”

    “하얗고 동그랗고 세상이 밝고 맑으리라는 헛된 희망에 기분 나쁠 정도로 긍정적인 얼굴을 하고 있냐고.”

    “아니, 그렇지는 않아. 어린 게 일찍부터 세상을 겪었는지 영리하고 때 탄 표정이 있더라고. 그래도 피부는 경단 같더라. 하얀 가루가 포실포실 날릴 거 같아.” (39쪽)



    정세랑은 확실히 말맛을 아는 작가다. 작가의 말에다 밝혔듯이, 동네 언니 오빠들의 언어로 가장 이질적인 이야기를 쓴다. 정세랑보다 더 아름답거나 거대한 소설을 쓰는 작가는 많겠지만, 더 동세대성을 띠고 쓰는 작가는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정세랑 소설의 특징은 주제가 지니는 무게감에 상관없이 그 문제를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방식이 명쾌하고 발랄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는 데 있다. 인물들은 크고 작은 사건들 앞에서 늘 방황하고 고민하지만 언제나 이러한 진지함을 쿨하게 풀어버린다. 물론 내적 고민을 충분히 경험한 뒤에 말이다. 문학평론가 노대원은 이런 작가를 가리켜 “배명훈이나 김중혁의 서술자에 버금가는 천진난만하고 재치 있는 서술자”라 칭한 바 있는데, 바로 예서 정세랑을 주목해야 하는 당위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바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세대들을 그려내는 데 있어 어떠한 눈치 봄도 없고 어떠한 척도 없이 고도의 바로미터적인 눈을 갖고 있는 유일한 작가라는 생각에서다.





    이것은 무게에 대한 실험, 날아갈 듯 날아가지 않는 무게를 찾기 위해서



    가벼운 것 같은데 가볍지 않다. 야한 것 같다가도 짠하다. 문장 때문이다. 가독력이 좋아서 달려 읽다가, 갑자기 나타난 속도방지턱 같은 문장 앞에서 급정거하게 된다. 얌체공같이 튀다가 갑자기 수정 구슬처럼 투명한 명명(命名)을 한다. 늘 쓰는 말을 새롭게 부른다.



    언젠가 재화가 말했다.

    “나도 너도, 전혀 무릅쓰지 않아. 서로를 위해서 무릅쓰려 하지 않는다고.”

    용기는 잘 알아듣지 못했다.

    “무릎? 무릎이 어쨌다고?”

    나중에야 용기는 그 말을 곱씹어보았다. 무릅쓰다, 라니. 자주 쓰지도 않는 말 아냐? 게다가 왜 하필 어원이 무릎인 말을 써가지고 사람을 헷갈리게 해. 무릎에 콤플렉스 있는 걸 알면서. 용기는 그 말 자체를 이해하려 애썼지만 아무래도 뿌열 뿐이었다. 무릎 꿇을 만큼 무릅쓴다는 것인지, 무릎으로 기어서라도 가닿고 싶어서 무릅쓴다는 것인지, 며칠을 생각했었지만 말이다. 그즈음에 이미 어쩔 수 없을 만큼 멀어져 있었으니까. (51쪽)



    정세랑의 독특한 이력을 모르는 이들마저 다들 문장 얘기를 한다. 그런데 알고 나면 더 놀랍다. 정세랑은 5년차 시집 편집자인 것이다. 시와 장르 소설 사이에는 쉽사리 이어지지 않는 점선이 있는데, 정세랑의 소설을 읽으면 금세 그어진다. 긋고 나면 그림이 보인다. 결국 시를 편집하는 일은 언어의 척추를 만지는 작업이다. 본인이 시를 쓰지 않아도 체화된 힘이 툭 터져나와버리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세랑은 무게에 대한 실험을 하는 중이다. 여기 양팔에 쨍그랑 소리 나는 쟁반 저울이 하나 있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은빛 추들이 나란히 줄서 있다. 제일 작은 것은 밀리그램보다도 단위가 작다. 정세랑은 핀셋으로 그 무게 추들을 올려놓았다 내려놓았다 하며 새로운 소설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날아갈 듯 날아가지 않는 무게를 찾기 위해서.

    형광빛 배양액을 막 닦아내고 태어난 괴물 신예, 정세랑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 책으로 당신은 어떤 전환기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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